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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특검에 사표방지 심리 되살아나나?

시사_정치

by 버섯돌이 2007. 12. 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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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통령선거 투표일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에 대해서만 이슈가 집중되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정책 공약은 이슈파이팅조차 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막판 이명박 특검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안개정국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사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본 블로그에 대선 관련 글을 써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VoIP 전문 블로그란 정체성 확립이 올해 블로그 운영의 가장 큰 목표였던 탓에, 정치 관련 포스팅을 한다는 것이 제 글을 RSS를 통해 구독해 주시는 200명 가까운 분들께 어떻게 비칠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향후 5년 동안 내 인생, 아니 모든 국민의 인생을 좌우할 대통령 선거를 맞이해서 마냥 입을 닫고 있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 선택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당선되지 않기를 바라는 후보가 온갖 비리 혐의에도 불구하고 1위를 달리고 있는 현실이 본 블로그에 정치글을 자꾸 쓰게 만드는 이유이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선거때마다 기승(?)을 부리는 사표에 대한 것이다. 액면 그대로 선거권을 행사했지만 죽은 표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지금의 판세를 본다면 정동영 후보 지지를 둘러싸고 개혁세력 내에 이인제, 문국현, 권영길 후보가 사표 이데올로기에 시달릴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BBK 연루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었을 때 이번 대선은 이명박 후보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 온갖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가 거의 40% 전후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는데, BBK와 관련이 없다는 검찰 발표는 한나라당에게 과반 득표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심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광운대 특강 동영상이 공개되고 국민들의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의혹이 커지자 후보 자신이 특검을 수용하는 초강수를 두는 상황이 발생했다. 개혁세력 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동영 후보는 자신으로 이명박을 꺾을 수 있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고, 자신이 개혁세력의 단일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상했던대로 민주당 내에서 민주세력의 대동단결을 주장하며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사표 심리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였다. 노무현-정몽준 연대가 선거 하루 전날 정몽준의 지지철회로 위기를 맞았는데, 노무현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킨 것은 물론이고 권영길 후보 지지자 중 상당수가 당시 노무현 후보를 찍었다. 내 기억으로 노무현 후보가 50만표 정도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선거막판 터진 정몽준 배신 선언으로 인한 사표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 주변에서도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행사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2002년과 같은 사표 심리가 또 다시 권영길 후보의 지지율을 갉아먹을 것인가?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충분한 가능성이 엿보인다. 특검을 수용한 이명박 후보는 아직도 압승을 주장하고 있지만, 개혁세력 내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정동영 후보로의 줄서기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압승을 예상하고 자신이 원래 지지하던 권영길 후보로 결정한 사람들도 "이명박 낙선"이라는 대의(?) 앞에 다시 한번 선택을 강요받지 않을 수 없는 미묘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기 때문에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그 동안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이명박 지지율을 낮추기 위해서 반이명박 포스팅을 몇 차례 했는데..이제는 권영길 후보 지지를 공식적으로 해야 할 듯 하다.

나는 대선 득표율이 총선 득표율보다 더 많은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고 믿는다. 어떤 분들은 대선에서는 정동영 밀어주고 총선에서 민노당 밀어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항상 들어왔던 이야기이다. 한국 내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존재하고 민주노동당도 하나의 정치적 실체로 일정정도의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데, 왜 대선만 되면 평소의 지지율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항상 살펴보면 '비판적 지지' 등으로 포장된 사표방지 심리가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정치적 실체에 걸맞는 지지율을 대선에서 획득하는 건 모든 정치세력에게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탄핵의 반사이익으로 국회의원을 10명이나 보유했던 민주노동당의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많지만, 기존 보수/중도 정치세력이 본받아야 할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선 구도가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의 예측불허 상태인지?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의미있는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너무나 궁금하고 꼭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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