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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수리, 연락처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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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섯돌이 2008. 5. 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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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메이데이라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 있다가, 오랫만에 아들 녀석과 함께 축구를 하러 가기로 했다. 평일에 아들이랑 시간을 보내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가급적 많이 놀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집 근처에 있는 탄천 둔치로 가던 중에 "미싱을 수리"한다는 노점(?)을 봤는데, 신도시인 분당에도 이런 것이 있다는 생각에 잠시 상념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미싱에 칠하는 기름인 미싱유도 판다고 적혀 있는데, 수리를 하는 아저씨(또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옆에 보니 "출장 수리 중이니 연락처를 남겨 달라"는 팻말과 함께 메모지가 놓여 있다.

노점이 설치된 곳은 지하철역에서 아파트촌으로 들어 오는 입구인데, 지나가던 사람이 미싱 수리를 의뢰해서 출장 수리를 하러 간 모양이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고, 특히 장사를 하시는 분이라면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홍보해야 할텐데.. 이 분은 휴대폰도 없이 이렇게 노점을 차려 놓으셨나 보다.

이 대목에서 미싱을 수리하는 분이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일 거라는 추측을 해 봤는데.. 여튼 메모지에 연락처를 남겨 놓으면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시겠다는 대단한 의지를 가지고 계신 분일 듯..

아들 녀석과 한 시간이 넘게 축구를 하고 놀다가, 미싱 수리를 하시는 분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일부러 이 곳으로 다시 왔는데 아직도 출장 수리 중이다. 출장 간 집의 미싱 수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인지.. 우리가 축구하는 사이 다른 집으로 출장 수리를 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미싱 수리하는 분이 어떤 분인지 너무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결혼을 하고 10년 동안 분당에 사는데.. 이런 풍경을 처음 보는지라 처음에는 어색하다가 웬지 모를 친근함에 마음 속이 아주 훈훈해졌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부라더 미싱이 있는 집은 무척 부자였던 시절이었지만 지금도 미싱을 쓰는 집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 삭막한 아파트촌에 아직도 있나 보다.

도대체 미싱 수리하는 아저씨(할아버지)는 어떻게 생긴 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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