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의 인터넷전화(VoIP)는 틈새 서비스를 벗어나 이제 주류 서비스(Main Stream)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국내에서도 작년말에 시작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나름 성공을 거두고.. 최대 유선사업자인 KT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터넷전화를 상정하는 등 올해 본격적으로 주류 서비스로 자리잡아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화(VoIP)에 대한 분위기가 이렇게 좋은데, 작년말부터 해외 블로거 사이에서는 '인터넷전화(VoIP) 사망'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보이스2.0 선언(Voice2.0 Manifesto)'을 작성했던 알렉 샌더스는 '2008년:VoIP는 죽었다(2008:The Year that VoIP died)'라는 글을 통해 인터넷전화(VoIP)에 대한 사망 선고를 내렸고.. 이를 둘러싼 유명 VoIP 블로거 사이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왜 이 블로거는 VoIP에 사망 선고를 내렸을까? 현재 잘 나가고 있는 VoIP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도대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몇 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이제 국내에도 VoIP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몇 년동안 고생하면서 관련 시장을 키워오신 분들에게는 약간 충격적인 일도 될 수 있지만, 국내보다 VoIP가 성숙한 해외에서의 논란이 국내 VoIP관련자 분들께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은 전세계를 향해 활짝 열어놓으시고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


2008년은 VoIP 사망 원년

이 블로거는 자신의 글에서 2008년은 VoIP의 사망 원년이라고 규정한다. 일단 VoIP자체는 서비스라기 보다는 전송 및 신호 기술, 즉 배관(plumbing)에 불과하다고 규정한다. TCP/IP가 처음 출현했던 1980년 말에는 하나의 혁신적인 기술이자 서비스였지만.. 인터넷에서 정보를 실어나르는 기술로 자리를 잡으면서 TCP/IP를 더 이상 서비스라고 부르지 않는데.. 초기 TCP/IP가 타 기술과 대비되는 요소(differentiator)였다면 이제는 완전히 필수품(commodity)로 자리를 잡았다는 주장이다. VoIP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데..인터넷 상에서 실시간 음성을 전달하는 보편적인 기술로 자리를 잡은 상태이며.. 이제는 단순히 음성을 전송하는 단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VoIP가 전환기에 있다는 명백한 증거 3가지

첫번째는 Pure Play VoIP(저는 가끔 Minute Stealer라는 표현도 썼음)가 망했다. 제 블로그에서도 언급을 했듯이 미국 집전화 시장을 노린 보니지(Vonage)는 거의 망하기 일보 직전이다. 저렴한 전화만을 내세운 보니지는 TPS/QPS로 무장한 케이블 사업자에게 완패를 당한 상태이다. 이건 단순 집전화를 대체하기 위해 저렴한 인터넷전화만을 내세우고 있는 국내 별정사업자의 암울한 미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두번째는 VoIP전시회의 몰락이다. 가장 대표적인 VoIP 전시회는 제프펄버가 주도했던 VON인데.. 저렴한 음성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단말기나 서버 장비를 전시하는 행사였다. 이 전시회는 올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할 정도로 이전의 신뢰를 잃은 상태이며... 오히려 웹을 비롯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eComm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제프 펄버조차 Social Communication 관련 전시회를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셋째, 특색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던 많은 사업자들이 공짜 또는 저렴한 통화 제공 모델로 전환하거나 망하고 있다.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서비스가 광고 기반 무료 모델이나 저렴한 통화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이 와중에 Talkplus, Jangl 등은 서비스를 접었고.. 소셜커뮤니케이션의 대표주자로 각광을 받았던 잭스터(Jaxtr)의 경우 무료(저렴한) 통화 서비스로 변신 중이다.(이에 대해서는 제 블로그 을 참고하시길..)


VoIP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혁신이다

서비스 이용자는 또 다른 전화 회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기존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전화 서비스도 저렴한 요금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PSTN 기반이든 VoIP기반이든)는 사실을 간파한 또 다른 사업자들은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다. 즉, 작년에 VoIP업계에서 있었던 진보라 할 수 있는 것은 VoIP가 아니라 어플리케이션,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개발 생태계 형성이라 할 수 있다.

  • 가장 대표적인 예는 BT가 인수한 리빗(Ribbit)이라 할 수 있다. 리빗이 공개한 플랫폼에 맞춰 수 많은 음성 관련 어플리케이션이 쏟아지고 있으며.. 이는 공짜(저렴한) 전화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 서비스에 음성을 결합해서 혁신하는 것이다.
  • IfByPhone의 경우 IVR 서비스와 구글 어넬리틱스(구글에서 제공하는 웹페이지 통계 서비스)를 결합해서 콜센터로 걸려온 호에 대한 자세한 통계 분석을 수행한다. (ifbyphone은 작년 eComm에서 발표했던 회사인데.. 기업용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저도 좀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 Thomas Howe는 웹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만큼 쉽게 커뮤니케이션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수 없이 증명해왔다. 음성은 통신이라는 거창한 굴레를 씌울 필요가 없이.. 그냥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이다.

이 블로그는 말미에 솔루션 벤더에 대한 비판도 빼 놓지 않고 있는데.. 모든 솔루션 벤더가 차세대 통신 프로토콜로 IMS를 지목하고 관련 솔루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 의미있는 결과가 없다는 것과 함께, 통신사업자인 BT는 IMS보다는 리빗(Ribbit)을 인수함으로써 제 갈 길을 가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위 책의 저자로 잘 알려진 Ted Wallingford도 자신의 블로그(10 points about the Death of Voice over IP)를 통해 비슷한 주장을 펴고 있는데.. 자신을 포함한 VoIP 저명인사들의 관심이 Social Media Application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는 원문의 많은 부분을 번역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도 많이 들어가 있으니 가려서 읽어주시기 바란다.)

이와 같은 VoIP사망 주장에 대해 해외 블로거 사이에는 정말 난리가 났다. 이 논쟁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명 VoIP가 아니라는 게 증명이라도 되듯이 논쟁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고..적어도 올 상반기 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 예상에는 3월에 있을 eComm 2009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는 알렉샌더스에 주장에 거의 동의한다. 단순히 기존 유선전화를 대체하기 위한 인터넷전화(VoIP)도 아주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VoIP를 기반으로 기존 커뮤니케이션을 혁신하고 웹과 결합해서 확장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국내에서 이제 막 인터넷전화가 역사의 전면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VoIP가 발달했다는 해외에서도 아직 인터넷전화가 모든 통신수단을 대체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VoIP 사망논란이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VoIP사망 논란을 둘러싼 다른 해외 블로거의 의견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Stay tuned!!


덧1>VoIP사망(Death of VoIP)를 둘러싼 해외 블로거의 글을 여기에 모아봤다. 찬찬히 읽어보시고.. 왜 이들이 잘나가고 있는 VoIP의 죽음을 선언했는지.. 그 반대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검토해 볼 때이다.

덧2>'인터넷전화(VoIP)'를 대체할만한 적절한 용어는 무엇일까? IP Communication? 일반 사람들 머리 속에 VoIP(인터넷전화)=공짜(싼)전화 공식이 성립되어 있고..사업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의미를 내포하는 일반명사를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무엇이 좋을까?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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