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보다가 네이버가 패션을 주제로 한 전문 SNS인 '네이버 원더'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지금까지 NHN은 포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나둘씩 모바일앱으로 출시해 왔는데.. 정말 엄청난 양입니다. 구글플레이에 안드로이드앱을 가장 많이 등록한 개발사의 상위권을 NHN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모바일앱을 쏟아내고 있는지 짐작이 갑니다. 지금까지 네이버가 출시한 앱은 대부분 웹에서 서비스하던걸 앱으로 출시했는데.. 밴드의 경우 모바일 시대에 새롭게 만든 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HN은 지난 2월 초에 모바일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00% 자회사인 캠프모바일과 글로벌 1억 가입자를 돌파한 라인(Line)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라인플러스를 설립했습니다. 국내에서 모바일 분야를 이끌고 있는 카카오에 도전장에 던진 셈이고.. 치열한 모바일 전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민감한 시점에 (제 기억에) 첫 출시된 서비스가 바로 패션 전문 모바일 SNS인 네이버 원더입니다. 밴드가 페쇄형 서비스라면 네이버 원더는 패션이라는 특정관심사를 대상으로 한 전문 SNS이며.. 향후에도 특정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SNS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네이버는 블로그나 카페, 쇼핑 등에 패션 관련 소식이 많고 인기를 끌고 있지만 '패션'이라는 메뉴를 따로 운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네이버 밖에는 스타일쉐어 등과 같은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패션 관련 모바일 서비스가 이미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네이버가 관련 산업에 진출했으면 좋았을거라 생각합니다. 서비스 인수뿐만 아니라 재능인수라는 부분도 고려할 수 있구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나 엔젤투자자에게 가장 큰 위험요소는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인데.. 네이버와 같은 맏형이 관련 서비스 진출 전후로 서비스/재능인수를 해준다면, 중간회수 시장이 열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활발해지리라는 기대인거죠.
네이버(또는 캠프모바일)이 새롭게 선보이는 모든 서비스가 독창적일 수는 없고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출시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서비스를 할 때마다 인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할 필요도 없지만.. 좀 더 과감한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지난 28일에 NHN이 모바일 컨텐츠업체인 브레인펍을 인수했다고 하는군요.)
개인적으로 스타트업 경영자의 인식전환도 필요해 보입니다. 서비스 하나 잘 만들어 한 방에 대박치겠다는 생각보다는 조그마한 피인수 기회라도 놓치지 말고 좀 더 큰 조직에서 경험을 쌓아(의무복무를 한 후에) 다음에 새로운 아이템으로 도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큰 기업이 재능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인수를 제안해도 인수가를 너무 높게 부르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모바일앱 장터의 등장/활성화에 따라 국내뿐만 해외진출 기회도 이전에 비해 훨씬 쉬워졌는데.. 최근엔 한국에서의 성공이 해외에서의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해외시장을 당연히 염두에 둬야겠지만.. 국내 이용자에게 먼저 인정받는게 해외진출하는데 더 빠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네이버 원더 홈페이지를 보다가 이 서비스는 NBP에서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페이지 풋터 부분에 나옵니다). NBP는 네이버 광고와 IT 인프라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별도의 회사인데.. 왜 여기서 네이버원더를 제공하는걸까요? 현재까지 논의된 결과로 보자면 이번에 설립된 모바일 서비스 전문 기업인 캠프모바일에서 출시하는게 맞는 것 같은데 말이죠. 다른 사연이 있는걸까요? 단순 오기일까요? 아니면 범 NHN 내부에 통제 불가능한 내분이라도 발생한걸까요? 혹시 아시는 분은 속시원한 답변 좀 부탁드립니다.
업데이트> 네이버원더는 NBP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합니다. 박성서 대표는 "의외지만 뜬금없지는 않네요. 비즈니스 모델은 쇼핑이랑 연결되고 그럼 결국 NBP가 하는 지식 쇼핑과 체크아웃들과 연관될테데요. 모바일에서 지식쇼핑과 체크아웃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NBP에서 기획한 앱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해 보세요.
모든 모바일 서비스를 '캠프모바일'에서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NBP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거라면 NHN그룹 내부가 무척 궁금합니다. NBP는 쇼핑과 결제에 대한 기반 플랫폼만 제공해도 될텐데 말이죠.
트위터에서의 네이버원더에 대한 반응을 살펴봤습니다.
네이버에서 나올 원더라는 서비스가 카피캣이리고 치자. 근데 스타트업을 죽이는 대기업의 횡포라고? 웃긴 말이지. 핀터레스트 살짝 비틀어 국내에 가져온 서비스들끼리 징징거리는.. 진짜 좋은 서비스라면 핵심 가치는 누구도 카피할 수 없다.
— Jun-kyo Seo (@nabul) 2013년 3월 5일
네이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기업 전반의 의식구조 문제. 스타트업이 힘들게 만든 서비스를 카피해서 물량으로 뺏어오는게 한두번인가? 스타일쉐어: stylesha.re 네이버의 원더: campaign.naver.com/wonder_pre
— Shin Bo Sik (@ghostsbs) 2013년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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