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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불로거의 죽음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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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섯돌이 2008. 3. 18.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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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있었던 헬로블로거 컨퍼런스를 마친 후 집에 와서 늘 그렇듯이 구글리더를 통해 인터넷전화(VoIP)에 대한 해외동향을 살피던 중이었다. VoIP Watch를 운영하는 Andy Abramson의 포스트 중에 "Russell Show R.I.P"에서 미국 VoIP 전문 블로거 중의 한 명인 ZDnet의 Russell Show가 죽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 블로그는 구글리더를 통해 구독하는 VoIP 블로그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일 년이 넘게 이 분의 글을 구독하면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동질감도 느끼던 바가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Russell Show는 ZDnet의 VoIP 블로그인 "IP Telephony"를 운영했던 블로거인데, 본 블로그에서도 소식을 전했던 eComm2008을 취재하기 위해서 간 호텔방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심한 감기를 앓고 있었다는 점과 취재를 위해 미국 여러 곳을 다니고 있었다는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 블로그를 구독해 주신 분을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면 내가 쓴 글을 통해 내 자신을 많이 알고 있는 느낌이라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내가 이 분 글을 구독하면서 느꼈던 것과 비슷할 것 같다.

이 블로거의 죽음을 보면서 내 자신과 블로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헬로블로거 컨퍼런스에서 확인되었듯이 현재 국내에서 블로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정말 많다. 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던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는 일제 시대의 암울한 현실 하의 지식인의 절망을 그린 작품인데.. 90년대를 빗대 한국은 "섹스 권하는 사회"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맥락은 좀 다르지만 요즘 한국은 거의 "블로그 권하는 사회" 쯤 되지 않을까? 나도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블로그를 권하고 다니는데..일요일 헬로블로거 컨퍼런스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강사로 나온 파워 블로거의 블로그 운영 노하우를 배우서 그 대열에 동참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흔히 컨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기존 언론뿐만 아니라 블로그라는 툴을 통해 우리 모두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수 많은 개인으로부터 생산된 컨텐츠가 소비/유통되는 과정에서 생산자가 누릴 수 있는 가치는 한국 사회에서 별로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블로그를 시작하고.. 전업블로거가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회사를 다니면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노동 강도가 장난이 아닌 한국 사회에서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워블로거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무리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죽음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건강을 해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좀 더 느긋하게 글을 쓰고.. 해당 컨텐츠에 대한 평가를 좀 더 공정하게 해주는 시스템.. 컨텐츠 생산자가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그런 메카니즘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글을 쓰다 보니.. 좀 비약인 느낌도 있는데, 블로그를 권하는데 블로그에서 생산된 컨텐츠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 한국 사회..이런 상황에서 파워블로거의 꿈을 안고 직장생활과 블로그를 병행하는 블로거의 건강이 심히 걱정된다.. 이 정도가 결론이 아닐까?

지난 컨퍼런스에서 차니님이 자신이 블로그 중독자인지 알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제시한 기준이 있는데.. 아래 중 3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중독 수준이라고 한다. 나도 해당되는 것 같은데.. 여러분 좀 느긋하게 블로깅합시다..건강도 챙기면서.. 장기적 플랜을 가지고..


(by Channy'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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