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대회 마지막 날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스마트리포터 자격으로 다녀왔는데.. 초등학생인 아들녀석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같이 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때 달리기 좀 한다고 학교 대표로 100m 부산 예선전에 출전하기 위해 부산 구덕운동장의 우레탄 트랙을 밟아보긴 했지만.. 그 후 30년 동안 육상은 먼나라 이야기로 지내왔습니다.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진 않고, '우사인 볼트'라는 불세출의 영웅을 보러 가는 심정이었는데, 경기장에서 직접 본 육상 경기는 생각보다 훨씬 박진감 넘치고 재밌더군요. 역시 모든 스포츠는 경기장에서 직접 가서 봐야 제맛이간 봅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KTX를 타고 갔는데, 두 시간이 조금 안 걸렸습니다. 요즘 명절에 고향인 부산에 갈 때 차를 가지고 가다보니.. 모처럼 KTX를 찬 아들 녀석은 신이 났습니다. 그래도 2시간이 지루할텐데, 제가 체험하고 있는 갤럭시탭 10.1을 줬더니 조용합니다. 앵그리버드 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동대구역에 도착해서 경기장까지 셔틀버스로 이동했는데.. 경기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남아서 경기장 주변을 이곳 저곳 둘러봤습니다. 수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홍보부스를 마련해 놓고 홍보에 여념이 없더군요. 대구/경북 지역 대표 소주인 금복주 부스가 눈길을 사로잡네요.
삼성전자도 가장 큰 규모의 홍보관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무엇이 있는지 들어가서 구경을 했습니다. 요즘 삼성전자는 모든 것에 스마트를 밀고 있어서 그런지.. 홍보관 이름도 '스마트 스타디움'이더군요. 여기서 등록을 하고 들어가면 자신만의 아바타를 이용해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저희는 등록하지 않고 그냥 들어갔는데, 내 아바타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모든 걸 체험할 수 있습니다.
출입구에서 등록한 출입증을 갤럭시탭 10.1에 대면 자신의 아바타로 게임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이런 곳에도 갤럭시탭 10.1이 이용되는군요. 제 아들 녀석은 스마트점프와 스마트런 등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저도 함께 갔던 지민파파님과 음료수 내기 달리기 시합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이겼는데.. 이 분이 아직도 음료수를 사지 않으시네요. (제가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지민파파님 블로그에서 슬쩍했습니다.^^)
스마트 포토존도 있었는데..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매직 스튜디오 같은 곳입니다. 블루스크린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면 결승선에 골인하는 장면으로 합성해서 보여줍니다.
아래와 같이 나오는데.. 의상 선택이 잘못되어서 좀 웃기게 나왔네요. 저와 아들 모두 푸른색 상의를 입고 가는 바람에 블루스크린 덕을 못봤네요. 결론은 투명인간이 되어 버렸어요. ㅎㅎ
삼성홍보관 구경을 끝내고 경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제가 간 날이 폐막식이 있는 마지막날이었는데.. 사람들이 서서히 입장을 하더니(왼쪽).. 마지막 경기인 남자 400m 계주 결승이 가까워지니까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카메라에 대해서 많이 아쉽습니다. 제가 앉은 자리가 트랙에서 그렇게 멀지 않는 곳에 위치했지만.. DSLR에 거대한 렌즈를 아닌 하이브리드 카메라를 10배 줌으로 땡겨도 사진을 찍는데 한계가 많아서 너무 아쉽습니다. 제 평생 다시는 육상 경기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진은 엄청 많이 찍었는데.. 카메라의 차이가 확연히 보입니다. ㅠㅠ
남자 5,000m 결승전의 모습입니다. 이 날 했던 트랙 경주 중에 제일 긴 거리라 사진 찍을 시간은 나름 많았습니다. 막판에 그렇게 빨리 달릴 줄은 몰랐습니다.
여자 800M 결승입니다. 남자로 오인받은 아프리카 선수를 제치고 러시아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후 트랙을 한바퀴 돌고 있는데, 카메라맨이 타고 있는게 더 신기해 보입니다. 빠른 선수들 쫓아다니려면 뭔가를 타야 할 것 같습니다.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관중들의 움직임도 바쁩니다. 제 옆에는 영국에서 오신 두 분이 앉아 계셨는데.. 의외로 영국이 육상을 잘하더군요. 몇 차례 일어서서 응원도 하시고.. 우승 후에는 주위 분들한테 덕담도 듣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남자 마라톤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일본을 응원하는 분들도 계시고 말이죠. (세계 육상대회는 마라톤 단체전도 있더군요.)
경기장에서 직접 육상대회를 보니 정말 재밌었는데, 최천단 카메라도 빼놓을 수가 없더군요. 왼쪽은 100M 직선코스를 찍는 카메라이고, 공중에도 카메라가 그네를 타듯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일거수일투족 찍었습니다. 이렇게 찍은 영상을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보여주고.. 장내 방송으로 4개국 정도의 중계까지 해주니 시간 가는줄 몰랐습니다.
오늘의 하일라이트인 남자 400M 계주 결승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단연 우사인 볼트에 시선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는데, 마지막 주자로 몸을 풀기 시작합니다.
400m 계주 장면은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이런 장면은 동영상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사명감에 줌을 최대한 땡겨서 촬영했는데.. 너무 땡겨서 그런지 어지러울 정도로 흔들렸네요. 세계 신기록인 37.4초 전후 7분 동안의 동영상인데.. 멀미할 각오로 보셔야 합니다.
대신 제 아들이 갤럭시탭 10.1을 이용해서 찍은 동영상을 공유합니다. 제대로 된 줌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멀리 보이지만, 현장의 생동감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동영상 찍는데 몰두하느라 사진을 제대로 못찍었네요.
경기가 끝나고 그나마 건진 사진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작성된 세계신기록의 현장에 있었다는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앞으로 육상대회를 직접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남자 400m 계주 결승을 마지막으로 폐회식이 진행되었는데, 저희들은 서울로 가는 KTX시간 때문에 바로 나와야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동대구역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하려는 순간에 같이 유턴하던 버스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제가 타고 있는 차가 교통사고를 당하기는 처음인데..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사고 직전의 비명소리와 충돌의 충격이 무섭더군요.
다른 버스를 타고 출발하면서 갤럭시탭 10.1의 DMB를 이용해서 '광개토태왕'을 봤습니다. 아들 녀석이 역사드라마를 좋아하는데다 유일하게 같이 보는 것인데, 경기장에서 동대구역으로 이동하는 시간에 딱 걸려서.. 어쩔 수 없이 DBM로 봤습니다. 참 좋은 세상입니다.
하루만에 대구에 가서 많은 일을 하고 왔습니다. 남자 400m 계주 예선에서 한국팀이 한국신기록을 수립했는데 예선 통과를 못했고, 결승에서 우사인볼트가 있는 자메이카가 세계신기록을 세우면 우승한 현장에 같이 있었다는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육상 경기가 이렇게 재밌다는걸 안 것도 큰 수확 중의 하나고 말이죠. TV중계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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