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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서 만난 나의 어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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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섯돌이 2007. 10. 2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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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가족과 함께 인사동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 산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인사동"이라는 곳을 공식적(?)으로 다녀오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학교 다닐 때 그 때는 가투(가두투쟁)이라고 해서 종로 2가 하디스(어제 확인해 보니 없어졌더군요)에서 서성이다가 거리로 뛰쳐 나가 구호를 외치던 그 당시에 인사동 근처에 무수히 많이 왔었지만 모르고 지나쳐 갔던 모양입니다. 아마 전경에 쫓기다가 나도 모르게 인사동 골목을 헤메고 다녔을지로 모르지만...

인사동 골목을 헤메고 다니다가 역시 한 번 이상 올 곳은 안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연히 눈에 들어온 간판이 눈에 띄더군요.. 인사동 거리 중간 쯤에 있는데 "토토의 오래된 물건"이라는 가게인데, 70~80년대 추억의 물건들을 모아 놓은 가게입니다. 추억의 물건을 사는 곳인 줄 알았는데.. 1,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추억에 잠기는 곳이더군요..

2층 입구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원더우먼. 입장료 천원이라는 문구와 사진은 맘대로 찍어도 된다고 합니다.


북한 괴리도당과 관련된 선전물

그 당시 우리가 가장 무서워 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호환마마보다도 더 무섭다는 북한의 간첩과 관련된 포스터가 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더군요..

10월 초에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는데.. 그 당시 북한의 김일성을 깎아내리는 여러 가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래 사진 왼쪽에 있는 "김일성의 침실"이라는 작품.. 지금 보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 당시에는 아주 진지하게 읽고 북한 괴뢰도당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켰겠죠. 물론 지금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도 계시겠죠..


우리가 사용했던 학용품들

다음은 우리가 어린 시절에 공부했던 책 및 학용품과 관련해서 살펴볼까요? 초등학교 때 들고다녔던 책가방입니다. 무슨 가방을 들고 다녔는지 생각조차 없었는데.. 이 가방을 보니까 금방 생각이 나더군요. 정말 시골에서 살았던 친구는 무용담 삼아 책보(책을 보자기에 싸서 허리춤에 매는 것) 이야기를 하지만.. 제가 살았던 부산에서는 여튼 아래 사진과 같은 가방을 들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어린 시절 들고 다녔던 보조가방. 종합장이라고 써있는게 특이하네요..

아래 사진은 보온도시락입니다. 초창기에 나왔던 보온도시락 모델로 기억되는데 엄청 크고 색깔도 검은색 하나 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지금 보면 허접해 보이지만 제가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부잣집 아이들만 가지고 다녔던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또 다른 부의 상징이었던 왕자파스. 젊은 분들은 몸에 붙이는 파스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건 크레파스입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색연필도 귀했던 시대라 크레파스라는 하는 것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히 왕자파스는 부의 상징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되네요..

그 당시 국민학교(초등학교) 교과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바로 "국민교육헌장 풀이"라는 교과서인데 이게 교과서로 있었던지 개인적으로 기억이 가물가물하는군요.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의 띄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을 설마 지금도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건 아니겠죠?

초등학교 공부는 전과에 맡겨라.. 아래 사진은 초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 외에 누구나 가지고 있었던 "동아전과"이다. 교학사의 표준전과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동아전과를 많이 봤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래는 88년도 판인데.. 88올림픽이 열리던 그 시대에도 전과가 있었다.


간식거리 및 놀꺼리

요즘 아이들은 먹을 게 너무 많고 비만을 항상 걱정해야 하지만, 지지리도 못 살았던 그 때에는 변변찮은 간식거리가 거의 없고 우리 스스로 불량식품이라고 불렀던 것들이 많았다. 학교 앞 문방구에 팔았던 쫄쫄이와 쫀듸기를 인사동 거리에서 만날 수가 있다. 위에서 소개한 가게 맞은편에서 70/80년대 물건을 파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는 1000원 주고 3가지를 고를 수가 있다.

아래 과자를 기억하시는지? 솔직히 오래돼서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사진 속의 상표명은 '아폴로'이다. 빨대 속에 달콤한 것이 들어있고.. 쪽쪽 빨아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생긴 것도 불량스럽게 생겼는데 그 당시에는 이 과자 먹고 배탈 난 친구들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는 이걸 '뽂기'라고 하단죠.. 제가 살던 부산에서는 그냥 '똥과자"라고 했거든요. 학교 정문 또는 후문 앞에 아저씨들이 좌판을 벌이고 앉아서 우리를 유혹했고, 그냥 지나치는 법이 거의 없었죠. 설탕과 베이킹 파우더만으로 이런 요술 같은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이제는 집에서도 할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은 세트를 만원에 팔고 있네요..

제빙기는 기억이 나시는지요? 얼음을 잘게 갈고.. 거기에 이상한 색소를 넣고 팥과 미숫가루를 토핑으로 얹어서 주었던 팥빙수. 빨갛고 노랗고 파랗던 색소는 분명 유해 식품일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어찌나 맛있던지..

아래 사진도 어린 시절 즐겨 먹었을 것 같은 과자들인데.. 이제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군요. 오히려 과자가 담겨 있는 이발소 의자가 향수를 자극합니다. 가게 주인 아저씨의 재치가 돋보이는데.. 아저씨 말씀대로 지금의 아이들에게 이것은 전기 고문 의자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더군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자른지라... 초등학교 때 키가 작아서 의자 팔걸이에 판자를 받치고, 거기에 앉아서 머리를 깎던 생각이 납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가장 많이 했던 놀이를 꼽는다면 딱지치기와 구슬치기입니다. 제 아들이 노는 걸 보면 요즘 아이들도 딱지치기가 무엇인지는 아는 것 같은데, 구슬치기는 모르는 것 같더군요. 흙바닥에 삼각형을 그리고, 그 안에 구슬을 모아놓고 누가 많이 따 먹는지.. 바닥에 있는 돌 위에서 구슬을 떨어뜨려 누구 구슬이 더 멀리 나가는지 등 구슬치기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유희왕 카드를 누가 많이 가지고 있는지가 경쟁력이듯이.. 우리가 어렸을 때 누가 구슬(부산에서는 다마라고 했죠)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도 굉장한 관심거리였습니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 로보트. 제 어린 시절을 지나서 나온 듯 한데.. 여튼 옛날 생각 나네요..

이거 가지고 놀던 기억도 나시나요?


엄마/아빠의 과거를 자랑스레 보여주자..

우리가 자랐던 어려운 시절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대물림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어렸던 시절에는 사진도 그리 대중화되지 않아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을 보여줄 방법도 별로 없다. 이런 와중에 인사동에서 우연히 만난 나의 어린 시절, 그걸 보고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면서 아들하고 좀 더 공감대가 넓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 주말에 시간 되시면 아이들 손잡고 인사동으로 달려가서 엄마/아빠의 과거를 보여주는 것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산 교육이 되는 것은 물론, 부모와 자식간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을 방법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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