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부천종합운동장에 가서 축구 경기를 직접 보고 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축구를 아주 좋아합니다. 전 직장에서는 회사 축구클럽의 골잡이(?)로 활약도 했고.. 잉글리쉬 프리미어 리그를 보기 위해 주말마다 잠도 잘 못자고 월요일을 맞기도 했구요. 평소에 이렇게 축구를 좋아하지만.. 직접 경기장에 가서 축구를 본 것은 이번에 처음이네요.

이번 경기는 SK텔레콤의 '소망스토리 이벤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SK텔레콤에서는 고객들이 꿈의 실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소소한 꿈/소망에 대한 사연을 응모받아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젝트인 '소망스토리 이벤트'를 기획했는데, 응모받은 1,600 여건의 사연 중에 가장 큰 관심을 불러 모은 사연이 헤르메스의 '비바! 부천FC 1995'였다고 합니다.

부천FC 1995는 국내 K3 리그 출범을 앞둔 2007년 12월1일에 창단을 했는데, 한국 축구 역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즉 서포터스 모임(헤르메스)이 직접 축구단을 창단한 케이스라고 하는군요. '부천FC 1995'라는 구단명도 1995년부터 PC통신 하이텔을 기반으로 모인 헤르메스라는 서포터스를 기념하고 축구팬들이 구단의 주인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K리그는 1부리그이고.. 부천FC 1995가 속한 K3리그는 3부 리그라 할 수 있는데..구단 서포터스인 헤르메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K3리그 평균 관중 수의 다섯배에 가까운 관중 동원력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응모한 헤르메스의 스토리는 부천FC 1995 선수단이 관중의 열렬한 응원이 넘치는 경기장에서 해외 자매구단과 경기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 사연은 네티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바로 오늘 영국의 7부리그 소속 구단인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와 <월드풋볼 드림매치 2009>를 개최하게 되었다는군요.

상대팀인 영국 FC UM(United of Manchester)의 사연도 만만찮습니다. 지난 2005년 5월 박지성 선수가 속해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미국 스포츠재벌 말콤 클레이저에 의해 인수되고 맨유가 개인적인 야망에 이용되는 것에 분노한 서포터들은 그 해 6월 14일 FC UM을 창단했다고 합니다. 클럽의 애칭은 붉은 반란(The Red Rebel)이 보여주듯 영국 UM은 외국 자본의 급속한 유입에 따른 프리미어리그와 클럽의 상업화에 맞선 축구팬들의 고민이자 투쟁이라고 합니다. 4,000명이 너믄 맨체스터 시민들의 모금액이 순식간에 100,000파운드를 넘어 팀 재정을 마련했다고 하니 대단합니다. 개인적으로 박지성이 속한 맨유를 좋아하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는지는 정말 몰랐네요.

부천종합운동장으로 가는 길에 비가 정말 많이 오더군요. 이런 상태에서 과연 경기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운동장 가까이 오니 비가 좀 잦아드네요. 홍보가 많이 된 덕분인지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차를 주차하는데에도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아래는 주차장에서 찍은 부천종합운동장의 모습입니다. 야간 경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라이트가 환하게 밝혀져 있군요.

경기장 주변 곳곳에 이번 경기를 응원하는 플랭카드가 걸려 있군요.

양쪽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들어오기 전에 경기장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고 있는 부천FC 1995의 서포터스인 오늘의 주인공 '헤르메스'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헤르메스는 그리스 신화의 12번째 신으로, 서포터스가 12번째 선수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구단에서도 이들의 활약(?)에 감사하는 의미로 배번 12번을 영구결번하는 애정을 보였으며, 다른 구단에서도 따라하고 있다고 합니다.

헤르메스는 국내 응원문화도 바꾸었다고 하는데요.. 1998년 치어리더 중심의 응원문화에서 탈피하여 통일된 복장을 갖춰 입고 북 장단에 맞춰 구호를 외치는 응원을 처음 선보였고.. 붉은 악마의 대표 응원가인 '오 필승 코리아'도 헤르메스 회원들의 'To Be No.1'을 개사한 것이라 하는군요.

경기 시작 전에 선수단 입장이 있었스니다. 양쪽 구단의 단기가 들어오고..

선수단이 입장합니다.

기념촬영을 합니다.

관중석이 꽉 찬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분들이 와 주신 것 같습니다. 부천 시민들이 많이 계셨고.. 이번 행사 취지에 공감하셔서 멀리서 오신 분들도 꽤 많은 듯 합니다.

경기 시작 전에 부천 지역 꼬마 숙녀/신사 분의 시축 행사도 진행되었구요. 나중에 커서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시길..ㅋㅋ

드디어 경기시작.. 그런데 아래 사진은 왜 그렇냐구요? 경기 시작도 더불어 축포를 쏘았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연기가 제대로 빠지질 않네요. 경기 내내 이슬비가 쉴 새 없이 내렸구요.. 이 연기는 초반 2분 정도 경기장을 감싸고 있었답니다. ㅋㅋ

반대편 관중석에도 꽤 많은 분들이 계시네요. 경기 내내 비가 내렸는데도 말이죠..

일진일퇴의 공방 속에 경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상대인 FC UM은 현재 영국 7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세미 프로축구단인데.. 창단 시 10부리그에서 출발하여 현재 7부리그까지 올라왔다고 하는군요. 08/09 시즌에는 승점 1점 때문에 6부 리그로의 승격 플레이프 자리를 놓쳤다고 합니다. 늘 TV를 통해 프리미어 경기만 보는데 익숙해서 10부리그까지 있다고 하니.. 영국의 축구 열기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팀은 08/09 시즌 평균 관중이 2,000명을 넘었다고 하는데, 같은 리그에 있는 다른 팀보다 3~4배 많은 관중을 불러 모았다고 하고.. 2012년까지 맨체스터 지역에 구단 소유의 구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영국의 축구 열기 정말 대단합니다!!!

전반 10분 정도를 남기고 드디어 한 골이 터졌습니다. 제가 우연찮게 첫 골이 들어가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아래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골라인을 통과하고 있는 축구공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관중석에서 10배 줌으로 당겨 찍은 것인데.. 이거 특종상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첫 골은 부천이 얻은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슛으로 멋지게 들어갔습니다. 이 골이 터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맨이 좀 더 우세한 경기를 펼친 것 같은데..

한 가지 더. 골이 터지고 나면 부천FC에서 응원가를 틀어 주는데.. 다름 아닌 트로트인 '무조건'이더군요. 얼핏 생각하면 어색할 것 같은데... 아주 좋았습니다.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시간에는 노브레인 공연이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달리자'가 빠져서 너무 아쉽네요. 제가 있는 곳에서 너무 멀어 10배 줌을 당겨도 이것 밖에 안나오는군요.ㅠㅠ

후반전 시작과 더불어 헤르메스의 응원도 더욱 가열차지네요. 아무래도 오늘 행사를 마련한 주인공인데.. TV에서 국가대표 A매치에서 태극기와 붉은 악마기가 올라가는 것을 봤는데.. 운동장에서 이런 광경을 직접 보니 대단하군요.

후반전에는 양팀에서 선수 교체를 활발히 하더군요. 어!!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부천FC 1995에서 선수 교체를 했는데 외국 용병의 모습이 보이네요. 아니 K3리그에도 외국 용병이 있다니.. 게다가 3부 리그에서 외국 용병을 데려올만큼 상황이 좋다는 말인가요? 부천FC 1995 소개 자료를 보니 외국 용병이 2명이나 있네요. 오늘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카카라는 선수인데.. 조국의 내전을 피해 한국에 왔다가 가족들은 모두 프랑스로 떠나고 축구를 위해 한국에 남았다고 합니다. 현재 K3리그 규정에는 해외국적 소지자는 팀에 등록해 선수로 참가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 같은 친선 경기에만 출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부천FC 1995의 정규 선수가 되기 위해서 현재 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후반 종료 5분을 남기고 UM에서 골키퍼를 교체했는데.. 이건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요. 골키퍼가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닌 듯 한데.. 많은 선수에게 출전기회를 주려고 하는걸까요? 게다가 경기종료 직전에 교체된 골키퍼의 실수로 추가 실점을 해서 2:0. 추가 시간 동안 또 한 골이 들어가서 3:0. 부천FC1995의 완전한 승리로 경기가 끝이 났네요.

경기가 끝난 후 양팀 선수들이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옆에 계신 분들이 잉글랜드 5부리그 소속 팀이 와야 부천FC 1995와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는군요. 한국에 온 지 시간이 좀 되었기 때문에.. 시차에 적응을 못한 것은 아닌 듯 한데, 제 생각에도 이번에 방한한 UM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이는군요. 축구를 좋아하는 시민들이 모여서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구단. 축구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할 듯 합니다.

경기가 끝나고 양팀 감독과 선수들의 즉석 인터뷰가 있었고..

이제 경기는 모두 끝이 나고.. 운동장에 불이 꺼졌습니다. 곧 이어 이번 경기를 축하하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고.. 이를 끝으로 모든 행사가 끝이 났습니다.

경기장을 빠져 나오다가 UM의 서포터스로 추정되는 'the Red Rebels'를 만났습니다. UM 구단은 이번 드림매치와 관련해서 구단 직원 몫으로 배정된 항공편 두 자리를 팬들에게 양보했다고 하는군요. 팬들이 만든, 팬들을 위한, 팬들의 클럽인 영국 FC UM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에피소드네요. 이번에 자비를 들여 직접 한국을 찾은 팬들도 10여 명 정도 있다고 하니.. 클럽에 대한 애정이 정말 대단하네요.

저는 경기장에 가면서 여러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포스팅을 해 보려고 에그, 넷북, 아이팟터치 그리고 카메라까지 준비해 갔는데.. 일단 부족하나마 제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중계를 시도해 봤네요..ㅋㅋ

제가 박지성 선수의 경기 등 잉글리쉬 프리미어 리그에 익숙해서인지.. 이번 경기의 수준은 그리 높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서포터스가 직접 구단을 운영하고.. 선수들과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경기장에서 확인하니 이런 구단이 국내에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기존 K3/K2/K1 구단에 팬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구단과 서포터스가 같이 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K3리그에 있는 다른 팀들도 좀 더 분발해 주시고.. 한국 축구 전반으로 확산되길 희망합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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