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인 10월부터 인터넷전화 번호 이동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지금까지 인터넷전화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집전화번호를 포기하고 인터넷전화 식별번호인 070으로 시작하는 별도의 번호를 부여 받아야 했는데, 10월부터는 자신의 집전화번호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 동안 국내 인터넷전화 서비스 시장을 키워왔던 LG 데이콤의 myLG070을 비롯해서, SK텔레콤에 인수된 하나로텔레콤이 KT 집전화 가입자를 뺏어오기 위한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KT는 자사 가입자를 지키기 위해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인터넷전화 사업에 뛰어들어야 할 형국인데, SoIP(Service over IP)를 내세워 인터넷전화를 통해 홈뱅킹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인터넷전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공은 LG데이콤의 myLG070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나름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것은 뭐니뭐니 해도 '가입자간 무료 통화' 덕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우려섞인 전망을 제기한 바 있다) myLG070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공짜 전화를 걸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획기적인 마케팅이었고..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해서 무료통화 혜택의 점점 강해지는 것이다. 데이콤의 공세에 나머지 사업자들도 모두 가입자간 통화를 무료화했고(이 와중에 KT는 아직도 무료통화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삼성네트웍스의 경우 한국과 일본 인터넷전화 가입자간에도 무료통화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망내 무료통화를 앞세워 가입자를 끌어 모으고 있는 인터넷전화 입장에서 번호이동제도 시행은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번호이동제로 인해 좀 더 쉽게 인터넷전화에 가입할 수 있고, 인터넷전화에 가입하면 망내 통화는 무료인데다 통화료도 저렴하니 일반 소비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듯 하다. 망내 무료통화와 번호이동제도는 서로에게 시너지를 안겨주는 것이다.

그런데, 번호이동제도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망내 무료통화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새롭게 시행되는 번호이동의 방식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동전화의 번호이동은 지능망방식(QoR)을 채택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와는 별도로 번호이동 관련 정보를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서, 소비자가 통화하고자 하는 번호가 어떤 사업자에 속해 있는지 물어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제가 LGT를 이용하는데 KTF로 번호이동한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고 하면.. 제가 발신한 호는 일단 LGT로 가고.. LGT는 내가 누른 번호가 어떤 사업자에게 속해 있는지 번호이동 데이터베이스에 물어본 후 바로 KTF로 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번호이동 데이터베이스는 이통 3사와 정부가 공동으로 구축한 것이기 때문에.. 이통사 입자에서 보면 무시해도 좋을만큼의 이용료가 발생할 뿐이다.

하지만 인터넷전화의 번호 이동 방식은 지능망 방식이 아닌 비지능망(RCF)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별도의 접속료가 발생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제가 데이콤을 이용하고 친구도 데이콤을 이용하는데.. 친구는 KT 유선전화를 쓰다가 데이콤으로 번호이동했다고 가정하자. 제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 데이콤은 일단 KT로 호를 보내야 하며, KT망에서 해당 번호가 데이콤으로 번호이동된 걸 파악한 후 다시 데이콤쪽으로 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KT가 데이콤쪽으로 보내는 호는 사업자간 접속료 규정에 따라 분당 18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번호이동 혜택을 누리는 데이콤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즉, 같은 데이콤 인터넷전화 가입자끼리 전화를 하는데....번호이동하기 전에 속해 있던 KT까지 갔다 와야 한다는 점이다. 이동전화처럼 사업자 공통으로 번호이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으므로써..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같은 사업자에 속한 인터넷전화 가입자끼리 누렸던 망내 무료 통화가 폐지될 운명에 처하게 되는 것인데...LG데이콤을 비롯해서 한국케이블텔레콤(KCT), SK텔링크 등 주요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이 망내 무료 통화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고 하니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번호이동 제도 시행으로 날개를 달 것으로 예상했던 인터넷전화 시장이, 번호이동 방식으로 인한 원가 때문에 망내 무료 통화를 폐지해야 하는 얄궂은 운명 앞에 서 있는 형국이다. 가장 큰 장점이 아킬레스건이 되는 형국이라...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부터 내세운 통신비 절감이라는 화두 때문에 인터넷전화가 각광을 받는 측면도 있는데.. 이제 잘못된 번호이동 방식 때문에 인터넷전화 확산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번호이동 방식은 누가 결정한 것일까? 왜 지능망 방식으로 처음부터 구축하지 않는 것일까? 타 인터넷전화 사업장의 무차별적 공세에도 왜 KT는 망내 무료통화를 선언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번호이동 방식을 미리 고려한 KT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분은 망내 무료통화 혜택이 없는 인터넷전화로 번호 이동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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