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1997년엔 휴대전화가 무척 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사회 초년생인 저에겐 휴대폰은 사치품에 지나지 않았고, 회사 선배님 중 일부만 가지고 있던 휴대폰은 늘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선배님이 출장을 가느라 며칠 동안 휴대폰을 가지고 있으면서 가슴 설레었던 기억도 막 나는군요.
그 당시 휴대폰 중에 명품 대접을 받았던 것이 모토로라의 스타택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스타택을 더 얇게 만든 모토로라 레이저가 나와서.. 무척 갖고 싶었던 기억도 납니다. 레이저는 스타택의 스타일과 면도날처럼 얇은 두께로 아주 인기가 많았었죠.
<모토로라 스타택(왼쪽)과 모토로라 레이저(오른쪽)>
이렇게 잘나가던 모토로라가 아이폰 출시 이후 위기를 맞았습니다. 스마트폰 흐름에 재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겠죠.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예전의 모토로라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는게 사실이고 말이죠. 이런 모토로라가 예전에 명성을 떨쳤던 레이저를 다시 들고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세상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을 선보였습니다. 발표회 자리에 가서 사진을 몇장 찍었는데... 일단 감상해 보시죠.
모토로라 레이저는 7.1mm의 두께와 유려한 곡선으로 아름다운 디자인과 편안한 그립감을 줍니다. 물튀김 방수 코팅이 된 코닝사의 고릴라 글래스 스크린을 적용했고, 뒷면은 케블라 섬유를 적용해서 그립감이 괜찮더군요. 웬만한 스크래치에도 강하다고 합니다. 아래는 제가 가지고 있는 넥서스S와 두께를 비교해 본 것인데.. 정말 얇더군요.
1.2GHz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1GB RAM,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래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모토로라를 인수했으니 OS업그레이드를 잘해 주겠죠? 얼마 전에 발표된 아이스크림샌드위치로 업그레이드해줄 거냐는 질문에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셨는데.. 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4.3인치 qHD 슈퍼 아몰레드 어드밴스드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있으며, 전면에는 720p HD 비디오 카메라, 후면에는 1080p HD 동영상 녹화 및 재생이 가능한 800만 화소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사진과 동영상을 몇 장 찍어보긴 했는데.. 화질 등은 직접 확인해 보진 못했네요. 11월 초에 SKT와 KT 모두에 출시될 예정이니.. 특히 KT가입자분들은 기대해도 좋을 듯 합니다.
모토로라 레이저에서 눈여겨 봐야 할 기능은 모토캐스트(MotoCast) 입니다. 모토캐스트는 집이나 회사PC에 원격으로 접속해서 저장된 컨텐츠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직접 스트리밍할 수 있는 퍼스널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사업자의 서버에 올려놓고 이용하는 퍼블릭 클라우드가 아니라, 자신의 PC에 있는걸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퍼스널 클라우드 서비스라 할 수 있는데.. 직접 이용해 보지 않아서 얼마나 편리한지는 잘 모르겠군요.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은 모든 서비스를 서버 기반의 클라우드로 제공하는데 강점을 가진 곳인데, 모토로라의 모토캐스트는 역주행을 한다고 해야할까요?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PC나 스마트폰 용량에 따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의의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토로라는 지난 번에 출시한 아트릭스때부터 다양한 주변 액세서리도 출시하고 있는데.. 레이저에도 적용되는게 많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후 처음 열린 모토로라 자체 행사라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구글이 어떤 식으로든 모토로라를 지원해 주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 이번에 발표된 레이저는 인수 이전에 기획된 제품이라 그런지 그런 흔적이 별로 없는 듯 합니다. 앞으로 모토로라가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되는군요.
레이저가 이전의 명성을 모토로라에게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
모토로라 레이저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razr.co.kr 에서 확인하시면 되고, 아래는 소개 동영상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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