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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티스토어 인수 소문에 대한 단상

Web2.0

by 버섯돌이 2013. 12. 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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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길에 카카오가 티스토어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SK플래닛이 티스토어를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하고 지분의 51%를 카카오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그럴싸한 시나리오와 함께 티스토어 가치가 약 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에 따르면 카카오는 약 1,000억원을 투입해서 티스토어를 인수하는 것인데.. 전액 현금이 아닌 구주와 신주 발행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10월에 카카오 우리사주를 매각할 때 기업가치를 약 2조원으로 인정받은 바 있는데.. 티스토어를 구주로만 한다면 약 10%의 지분을 투자해야 하는군요. 

일단 카카오가 티스토어를 인수하면 어떤 잇점이 있을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카카오 게임하기가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구글플레이 등에 지불해야 하는 30%의 수수료로 인해 개발사가 50%, 카카오는 20%의 수익을 가져 간다고 합니다. 티스토어라는 카카오가 인수하는 경우 정상적인 3:7 수익배분 비율을 적용했을 때, 카카오는 기존에 비해 10%를 더 챙기고 개발사는 20%를 더 챙기는 등 윈윈 모델이 가능합니다. 정말 단순한 계산입니다. 

여기에 카카오가 최근에 밀고 있는 '카카오 페이지'도 빠질 수 없겠죠? 최근 앱장터 시장은 앱뿐만 아니라 책, 음악, 영화 등 컨텐츠 영역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데, 티스토어를 이용하면 카카오 페이지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티스토어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가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그래서 당연히 정확하지 않습니다) 구글플레이의 국내 약진과 더불어 티스토어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시장만 대상으로 한 로컬 장터라는 컨셉이 서비스 초기에는 강점으로 작용했지만.. 점점 약점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요즘 국내에서 '창조경제'라는 유령과 더불어 스타트업 열풍이 다시 불고 있는데.. 많은 기업들에게 한국만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티스토어가 매력적인지 의문입니다. 저도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면서 예의(?)상 티스토어에 앱을 등록하긴 했지만… 수 많은 제약으로 인해 등록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진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앱장터를 통한 글로벌 진출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에도 별 다른 노력없이 진출할 수 있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메인으로 잡는게 개발사 입장에서는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구글에 떼주는 수수료가 아깝긴 하겠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티스토어 인수가 매력적일지 의문입니다. 시장에서는 끊임없이 글로벌 성과를 요구하고 있는데.. 티스토어를 인수해서 글로벌 앱/컨텐츠 장터로 카우기 위해서는 인수 자금 외에 추가적으로 들어가야 할 돈과 노력이 너무 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티스토어를 SK플래닛에서 분리하면 신규 회사는 지주회사인 SK의 증손자 회사가 되는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SK)의 손자회사(SK플래닛)는 100% 자회사만 보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도 사모펀드에 매각했고 계열사에서 제외된 상태입니다. 이런 이유로 티스토어만 따로 떼어낸 회사도 지분 51%를 카카오에 판다는 논리인 것 같은데.. 그러면 SK텔레콤 단말에 선탑재되는 것은 보장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멜론은 매각 후(즉, 계열사 제외 후)에도 여전히 SK텔레콤 단말에 선탑재되고 있지만… 이 부분도 충분히 문제제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물론 SK텔레콤이 선탑재 여부를 결정하고 계열사가 아니라도 해줄 수 있겠지만.. 수많은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2년 동안 앱장터 관련 서비스에 몸을 답았는데.. 중국을 제외하면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더욱 집중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제조사, 통신사 등이 자체 앱스토어를 만들어 엄청난 노력을 해왔지만.. 거의 대부분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티스토어가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할 수 있었는데.. 그 영향력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국내에서 판매된 앱에 대한 매출의 30%가 구글과 애플에 돌아간다는 애국(?)적인 관점이 아니라.. 새로운 앱장터를 만들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비즈니스적인 판단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앱장터 시장은 구글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지만.. 아직도 매력적인 시장이 있다면 바로 '앱 추천' 시장입니다. 현재 애플과 구글에 등록된 앱 수가 각각 100만개를 넘어가고 있는데.. 계속 출시되고 있는 새로운 앱이 기존 앱 장터에서 사용자 눈에 띌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틈을 제대로 파고 든 선수가 바로 페이스북인데.. 페이스북은 '모바일앱 설치광고'를 선보이며 개발사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줬습니다. 지난 3분기 페이스북 광고 매출 중 49%를 모바일이 차지했는데.. 이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상품이 바로 모바일앱 설치광고입니다. 

카카오가 티스토어를 인수해서 자체 앱장터를 제공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매출 상승에 기여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힘겨운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앱장터 스스로는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있기 때문에.. 앱장터가 아닌 앱추천 서비스를 통해 앱개발사의 마케팅 채널을 열어주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고난의 길을 자처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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