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 서비스인 스카이프(Skype) 인수를 두고 페이스북과 구글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 어제 마이크로소프트가 85억달러에 스카이프를 최종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인수주체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것뿐만 아니라 인수가격이 9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놀라울 뿐이군요.
지난 월요일에 기가옴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전에 뛰어든 것 같다는 소식이 전해져서.. 페이스북과 구글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입질을 하는 것으로 판단했는데, 결국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 서비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품에 안겼고.. 스카이프 투자자들은 대박 신화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스카이프를 인수하기 전까지의 과정은 아래 사진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한 달 전인 4월 18일에 인수가격이 확정되었고.. 어제 최종 계약서에 싸인한 걸로 봐서, 우리가 생각하는 시점보다 훨씬 전에 양사간에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는군요.
<사진출처 : Phil Wolff>
스카이프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잠시 살펴볼까요? 아시다시피 2005년에 이베이가 스카이프를 36억달러에 인수했고..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못봤습니다. 이베이는 2009년 11월에 스카이프 매각을 추진하는데 새로운 투자그룹(실버레이크, 안드레센 호로위츠, 캐나다 연금 등)에 27억5천만 달러에 매각을 완료했습니다. 이 때 스카이프 창업자 2명이 다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매각 과정이 상당히 복잡했는데 스카이프의 P2P 기술에 대한 특허 때문이었습니다. 이베이가 스카이프를 인수할 때 P2P특허를 취득하지 못했고.. 특허는 스카이프 두 창업자가 설립한 졸티드라는 회사에 여전히 남아 있었던 것이죠. 졸티드와 스카이프 두 창업자가 소송을 제기한 끝에 새로운 스카이프 지분 14%(투자그룹 56%, 이베이 30%)를 확보하고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마무리가 되었던 것입니다.
스카이프 두 창업자는 이베이에 스카이프를 매각하고, 이베이로부터 스카이프를 헐값(?)에 다시 사서.. 이번에 마이크로소프트에 9조가 넘는 가격에 다시 매각한 셈입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이야기외에 달리 할 말이 없는 분이네요. ㅎㅎ
이베이에 소속된 스카이프는 모회사의 주주 압력 때문인지 음성통화를 통한 매출 확대에만 주력해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베이로부터 독립한 이후 모바일과 영상통화에 주력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심비안에 이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용 모바일앱을 출시했고, 영국 쓰리에 이어 미국 버라이즌과 일본 KDDI와의 제휴를 이끌어내며 인터넷전화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최근 스카이프 행보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웹으로 확장과 페이스북과의 제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은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기도 한데 말이죠.. 일단 스카이프 5.0버전에 페이스북 기능이 추가되며 스카이프를 이용하면서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확인하고, 페이스북 친구에게 전화(공개한 일반전화번호)를 걸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이 스카이프와의 제휴를 통해 자사 웹페이지에 영상통화 기능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급속히 퍼져있는 상태이며.. 이 때문에 페이스북이 스카이프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가장 유력했던 상황이었고 말이죠.
<사진출처 : Phil Wolff>
마이크로소프트가 스카이프를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래가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라보는 스카이프의 가치입니다. 6억명이 넘는 이용자,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는 이용자수 1억7천만명, 매일 600,000명 증가.. 2010년에 2,000억분이 넘는 음성/영상통화량.. 동시접속자수 3천만명 등이 스카이프의 성적표입니다.
향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대부분의 제품에 스카이프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신저와 핫메일, 아웃룩과 통합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Lync 등에 음성/영상통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은 최대 강점이 될 것 같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밀려 힘겨운 싸움을 전개하고 있는 윈도우폰7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줄 수도 있고.. 엑스박스와 키넥트와 연동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됩니다.
최근에 모바일 영상통화 분야에 애플의 페이스타임뿐만 아니라 구글이 구글토크를 내세워 진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윈도우폰7에서는 6억명이 넘는 스카이프를 이용해서 페이스타임과 구글토크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을 것 같고 말이죠.
마이크로소프트의 웹서비스 전략에 스카이프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라이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설마 스카이프의 6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이용해서 윈도우 라이브의 새판짜기를 하려 한다면... 약간 우려스러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스카이프의 6억명과 페이스북의 6억명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사실 스카이프 6억명은 전화를 걸기 위한 주소록의 역할만 수행하는 것으로, 흔히 말하는 '관계'가 상당히 약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도 6억명을 가졌으니 페이스북에 대항하는 독자적인 소셜웹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인식은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또 한가지. 앱 기반이 아니라 웹앱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이전에 PC 앱으로 제공되던 대부분의 서비스가 웹기반으로 옮겨가고 있고, 통신 서비스도 예외는 아닐 전망입니다. 이번 인수-피인수 주체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스카이프는 웹에 대해서는 좋은 추억을 가지지 못한 곳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스카이프를 적용할 대부분의 서비스도 웹 기반이 아니라 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제 걱정이 기우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이죠.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카이프 인수로 페이스북과 스카이프의 제휴는 어떻게 될까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스카이프의 6억명 가입자를 이용해서 독자적인 소셜웹 서비스 강화에 나선다면.. 경쟁사인 페이스북에 자사의 핵심 자원을 내줄리 만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현재와 같이 자사 웹서비스에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연동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한다면 페이스북에 스카이프 영상통화가 구현될 날이 머지 않을 전망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페이스북에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 이것도 가능한 시나리오가 될 전망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카이프 인수와 관련해서 국내에서는 두가지가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첫째. 이통사의 음성사업에 대한 대응 부분입니다. 애플과 안드로이드폰을 중심으로 모바일 생태계가 개방형으로 전환되면서 이통사의 음성 서비스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애플의 페이스타임, 구글의 구글토크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1위 업체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었습니다. 몰락해 가는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손을 잡았으니.. 향후 출시되는 모든 노키아폰(윈도우폰7)에 스카이프가 기본 장착될 전망이고.. 이는 이통사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패턴 변화에 따라 기존 음성 이용이 급감하는데.. 이 부분 또한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잠식당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죠.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모바일OS를 장악하고 있는 사업자가 모두 모바일인터넷전화를 기본 장착하는 것에 대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망이용댓가'를 앞세워 막을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부터 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카오톡과 같은 (그룹) 메시징 서비스도 향후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서비스로 자리를 잡을 경우.. 이통사는 망사업자로 전락할 위험도 있고 말이죠.
둘째. 향후 국내 스카이프 사업 주체에 대한 부분입니다. 현재 국내 스카이프 서비스는 이베이옥션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향후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서비스 주체로 나설지도 궁금하네요. 국내 서비스를 위해서는 별정통신 등록을 해야 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데, 향후 어떻게 정리될지도 흥미거리입니다.
저는 그 동안 스카이프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전화 전문 블로거'를 지향하다가.. 올해 들어 '소셜웹 전문 블로거'를 선언했습니다. 유저스토리랩에 출근하면서 밝혔듯이.. 현재의 커뮤니케이션은 음성뿐만 아니라 (그룹)텍스트 기반으로 급격히 옮아가고 있고, 음성과 영상을 기반으로 한 스카이프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페이스북과 구글이 스카이프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 때.. 내심 페이스북이 인수하기를 바랬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해서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습니다. 향후 마이크로소프트가 스카이프가 보여준 장점뿐만 아니라 텍스트 기반 커뮤니케이션에도 적극 대처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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